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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 칼럼] '손 놓은' 식량위기 정책... 기후위기 걱정한다면 '농(農)'부터 지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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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수 칼럼] '손 놓은' 식량위기 정책... 기후위기 걱정한다면 '농(農)'부터 지켜야
  • 하승수 변호사
  • 승인 2024.05.31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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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스를 보니, 기후위기로 인해 국내외 곳곳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제주와 전남 등지에서 마늘을 재배하는 농민들은 올해 2-3월의 고온 현상과 잦은 비로 인해 피해가 막심하다고 한다. 통상 6-9쪽인 마늘쪽이 12개 이상으로 나뉘는 '벌마늘'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난 것이다. 

브라질 남부에서는 대홍수가 나서 도시 전체가 침수되었다고 한다. 세계 최대의 콩 생산국인 브라질의 대두(콩) 생산에도 타격이 클 전망이다. 벌써부터 국제 대두 가격이 출렁이고 있다는 뉴스가 나온다. 

이 모든 것이 기후위기와 연관이 있다. 이상기후 현상은 세계 곳곳에서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기후위기는 전 세계가 함께 직면하고 있는 위기이지만, 그 영향은 나라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기후위기는 어떤 문제들을 낳을까? 당장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 농민들의 경우 일하기가 점점 더 힘들어지는 것은 물론이다. 냉방과 난방이 잘 안 되는 주택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은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다. 가뭄과 홍수, 태풍, 산불 등으로 인한 피해도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과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는 농업과 식량 문제이다. 기후위기로 인해 국내의 농민들은 농사짓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게다가 이미 너무나도 고령화된 농민들이 언제까지 농사를 지을 수 있을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각종 개발사업으로 인해 농지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 대한민국 입장에서 가장 걱정해야 하는 것은 식량위기이다. 대한민국은 식량자급률이 40%대에 불과하고, 사료까지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0% 남짓에 불과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번 브라질 남부의 대홍수가 보여주듯이 세계적으로도 농사짓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전세계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유엔 산하 유엔인구기금(UNFPA)이 발표한 '2023 세계인구전망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인구는 2022년 80억명을 넘어섰고, 계속 증가해서 2037년에는 90억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인구가 늘어나면 식량수요는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농사짓기는 어려워지는데 세계적으로 식량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런 불균형이 심각해지고 이상기후가 더 심각해지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식량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어떻게 되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후위기에도 불구하고, 자국이 먹을 식량 정도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국가들도 있기 때문이다. 즉 식량위기는 어떤 국가에게는 생존의 위기로 다가오겠지만, 다른 국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미국 등 다수의 선진국들은 식량을 초과 생산하거나 자급하고 있다. 이들 국가들과 대한민국을 동일선상에 놓고 얘기할 수는 없다. OECD 38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보다 곡물자급률이 낮은 나라는 5개국(포르투갈, 코스타리카, 네덜란드, 아이슬란드, 이스라엘)뿐인데, 그 중 인구 2천만 명 이상의 국가는 한 곳도 없다. 

게다가 대한민국은 삼면은 바다이고, 위로는 북한이다. 이런 상황에서 식량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코로나19 때 마스크가 부족해서 혼란이 일어나고, 중국에서 수입되는 요소수가 부족해서 난리가 난 경험은 앞으로 다가 올 재난에 대한 일종의 징조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서 대한민국 입장에서는 기후위기를 생각하면 농업이 가장 중요하고, 농지와 농촌을 잘 보전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지역소멸'을 운운하면서 농촌을 대상화하고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실제로 농촌에 도움이 되는 방안이 논의되기보다는, 오히려 농촌을 더 어렵게 하는 난개발과 환경오염시설이 밀려들고 있다. 농지는 계속 훼손되고 있고, 농민들의 농업소득은 감소하고 있다. 

식량위기는 닥친 다음에 대책을 세울 수 없는 성격의 위기이다. 농지를 넓히고, 농사지을 사람을 확보하고, 식량자급률을 올리는 것은 국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는다고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손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물론 국가만 쳐다보고 있을 일이 아니다. 시민들 스스로가 기후위기가 낳을 심각한 상황들에 대해 인식하고, 정부의 정책변화를 촉구해야 한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농사, 농민, 농촌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이라도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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