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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다! 우리 동네에 정말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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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다! 우리 동네에 정말 필요한 것
  • 권은희 시민기자
  • 승인 2022.11.29 0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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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파 주세요"
"비닐에 넣어드릴까요?"
"아뇨, 가방에 넣을 거예요"

# 나는 싱싱마트에서 양파를 사고선 가방에 굳이 꼭꼭! 꽉꽉! 숨겨 넣는다.

그리곤 오류홈마트에 가서 봐뒀던 사과를 산다.

양파는 싱싱나라가, 사과는 오류홈마트가 저렴했기 때문이다.

차마 다른 곳에서 산 것을 당당히 들고 들어갈 배짱은 없고, 이렇게 비교하며 사는 재미는 쏠쏠해서 장을 볼 때 가방을 꼭 메고 간다.

뭐 나만 그럴까?

우리 마을 사람들이라면 이 두 곳의 싱싱한 야채와 맛난 과일을 비교하며 사는 일 흔하고 흔한 일일 거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싱싱나라가 사라졌다.

그곳에 또 오피스텔이 선다는 소문과 함께.

싱싱나라의 귀여운 고양이도 더는 볼 수 없게 되었고, 더 이상 나도 가방에 숨겨 담지 않아도 되었다.

# 장을 보고 책을 빌리러 우리 동네 자랑, 오류도서관으로 향한다. 

이곳은 평일은 저녁 9시까지 그리고 주말에도 열기 때문에 직장인들과 청소년 사이에서도 인기가 있는 곳이다.

그런 그곳에 붙여진 문구.

'12월 31일로 오류도서관 폐관 안내'.

임대차 계약 종료를 이유로 폐관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래도 오류초 학부모들이 '폐관 반대 서명'을 받았으니 아직 희망이 있겠지?.

그렇게 오류도서관을 나오자, 바로 앞에 늘푸른어린이집 2층 창문에 '임대'라는 글자가 보인다.

전화해 보니 운영하지 않는 곳으로 확인이 된다.

동시에 동부유치원의 폐원 소식도 듣게 되었다.

우리 동네 아이들이 별로 없는가 보다 생각하며 집에 돌아왔다.

 

# 아직 아무도 안 왔다. 아이들한테 전화를 한다. 

"어디야? 언제 들어와?".

"응 궁청.(궁동 청소년문화의집) 동아리 모임이 있어서 오늘은 밥 먹고 집에 갈 거예요" 큰아이다. 

중학생인데 궁청 아지트에서 놀다가 거기 계신 선생님들의 권유로 2개나 되는 동아리에 가입해서 활동 중이다.

만들어 먹고 토론하고 축제하고.

오류동 집보다 궁동에서 거의 살고 있다.

"어, 궁청! 친구랑 베개 싸움하고 있어서 전화 못 받았어요" 한참 통화가 안 되던 둘째 아이다.

"근데 저 궁청에서 나가서 또 청문에 가야 해서 오늘 더 늦어요".

둘째 역시 궁청 아지트에서 놀다가 거기 계신 선생님들의 권유로 오케스트라에 가입해서 무료로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는데 이번에 공연을 앞두고 있다.

그러면서 합주 연습을 위해 천왕동 청소년문화의집에 간다는 말이다.

간식까지 먹고 한참을 더 놀다가 늦게 집에 왔다. 

왜 이리 늦었냐는 말에 노래방에 농구대도 있고 모두 무료라며 마치 놀 거리 가득한 천왕동 청소년문화의 집 때문에 어쩔수 없었다는 듯 말한다.

둘째도 오류동에서 보기가 힘들다.

 

# 그런 아이들이 기다리던 곳. 

텃골에 위치한 오류1동 청소년복합시설(오류동 8-1)이 22년 10월에 드디어 개관했다.

이곳은 2019년 오류동의 아이들과 주민들을 위해 '텃골 커뮤니티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10분 동네 생활SOC' 시범사업이다.

텃골 주민 공유복합시설이란 제목으로 청소년 활동실, 주민소통공간, 공유주방, 프로그램실을 만든다고 익히 알고 있어서  개관만 바라본 지 2년이 흘러 마주한 오늘.

"엄마 근데 궁청 아지트하고 다른 거 같은데? 학교 끝나면 그 시간인데 갈 수도 없네 뭐."

결국 오늘도 아이들은 궁청으로 버스 타고 간다. 

이 아이들이 버스 타고 다른 동으로 가서 놀고, 고척도서관을 가거나 사설 스터디 카페를 이용하는 게 맞을까?

그러다 결국 아무것도 없는 이 동네를 살기 불편하다고 떠나면 어쩌지?

 

# 10분 동네. 지역주민, 청년들의 공동체 모임 장소로 활용 가능한 주민소통공간을 우리 마을에 짓기로 한 계획. 

이 것마저 우리들에게는 꿈으로 끝내 사라지는 것일까?

머리가 복잡해서 오류동 이곳 저것을 걷는데 최근에 생긴 반달지구라는 오류동의 한 공원에 닿는다. 

이곳에 아이들이 북적북적하다.

오전엔 유치원 아이들이, 늦은 밤엔 중고생 아이들까지 누워있고 모여있다.

오류동에 아이들이 더는 없는 줄 알았는데 그 작은 놀이터에서 뛰고 노는 아이들을 보니 눈물이 핑 돈다.

이 아이들이 버스 타고 다른 동네로 가서 놀아야 하는 게 맞을까?. 

버스 타고 고척동 도서관을 가거나 사설 스터디 카페를 이용하는 게 맞을까?.

그러다 결국 아무것도 없는 이 동네를 살기 불편하다고 떠나면 어쩌지?.

 
# 오류1동 이곳은 주민이 사는 곳이다.

아이들이 갈 곳과 내가 가야 할 곳이 왜 자꾸 없어지기만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구로구청에 정보공개 청구를 해서 받아 든 '10분동네 생활SOC 사업계획서'를 받아보니 눈앞이 더 캄캄하다. 

어쩌면 이 사업계획서는 이렇게도 주민들 상황을 잘 알고 우리 주민의 마음을 절절하게 잘 이해하고 있을까?. 

너무너무 완벽한 이 사업계획서를 보면 우리 동네는 참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역시 사실이구나 하고 느껴지는데, 

오류1동 청소년복합시설은 왜 우리동네 주민들이 이용할 수 없는 거지?.

이렇게 변경된 것에 대해 주민들에게 양해도 구하지 않고, 설명도 하지 않고, 왜 미안해하지도 않는 거지?

 

# 결국 오류1동을 지키고 싶은 주민들이 함께 하기로 했다.

이 여러 사실들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함께 고민하기 위해 주민모임을 꾸준히 열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때마침 오류1동 주민센터에서 적극 도와주셔서 장소도 대관해 주고 우리들의 의견도 팩스로 받아주며 주민들 모임을 지원해 주고 있다. 

또 네이버 온라인 카페 '오류1동주민의소리'에 자료를 모으며 알지 못하는 지역주민들, 직장인들도 함께 하려고 한다.

 

# 다시 말하지만 오류1동은 주민들이 앞으로도 살 곳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도서관도, 아이들이 놀며 지낼 곳도, 주민들이 소통하는 공간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주민들이 모여야 하고 구청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끊임없이 보아야 한다.

오류도서관은 폐관하지만 새로운 더 멋진 도서관을 만들겠다며 내년에 타당성조사를 하겠다고 구청이 약속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완벽하게 주민을 위해 만들기로 계획하고 실행해오던 생활SOC마저 막판에 바뀌었는데, 나중에 만들 수 있게 조사를 하겠다는 약속을 우리는 믿을 수 있을까?

진행 상황이든 결과든 주민들에게 알리기는 할까?,,,

내년이면 주민자치회도 사라진다.

즉,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는 없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면 더욱 우리들의 목소리를 낼 수도 없고, 듣지도 않는 것이 아닐까?

 
# 우리 동네에 무엇이 꼭 필요한지 이제 알 것 같다.

가장 필요한 건, 오류1동 주민들의 모임이다.

지금, 꼭 필요한 건 우리들이 뭉치는 것이다.

인터넷 카페에서, 그리고 지역 여기저기에서 만나고 이야기해야 한다.

도서관이 다시 생기는지 어쩌는지, 10분동네.

주민소통공간을 지켜내는 일이 어찌돼가는지, 그 모든 것을 계속 지켜보고 참견하고 의견 낼 진짜 여기 주민들. 

주민들의 편의 시설.

그 모든 것을 지켜서 내 마음의 고향 오류1동이 더 사람 살만한 곳이 되도록, 이젠 우리가 꼭 모여야 한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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