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 부리는 중복이던 지난 26일(화) 오전. 구로2동에 소재한 구로시민센터 1층 주방에서 나는 고소한 부침개 냄새가 온 주방을 가득 채웠다. 이 날은 화원종합사회복지관의 돌봄활동가 12명이 모여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할 밑반찬을 만드는 날.
이번 밑반찬 메뉴는 오징어 해물 부침개와 오징어 도라지 채소 무침 등 두 가지다. 더운 날씨에다 뜨거운 불판 앞에서 부침개를 지지느라, 활동가 회원들 콧등에는 땀이 흘러내리지만 낮 12시 전에 조리한 밑반찬을 10여 가구에 직접 배달해야 하기 때문에 손놀림이 빨라지고 있다.
김숙이 활동가(60, 구로2동)는 "지난 6월부터 매월 둘째 넷째 주 화요일 월 2회 시민센터 주방에 모여 만든 반찬을 구로2동 지역을 중심으로 어려운 장년 독신남성 및 여성 독거어르신 등 10여 가구에 배달하고 있다"며 "이번이 네 번째인데 시간을 내 매회 조리할 때마다 재밌고, 보람이 있어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 활동가들은 구로구와 관내 복지 관련 시설들이 함께 참여하는 지역사회혁신계획 복지워킹그룹 돌봄사업의 구로돌봄 활동가 양성 프로그램 1기와 2기를 이수한 활동가 중에 화원복지관과 연계해 이같은 밑반찬 봉사 외에 돌봄을 필요로 하는 지역주민에게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여러 가지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돌봄 의뢰자와 같이 병원, 시장, 산책 등 이동시 도움을 주는 동행지원과 세탁물을 수거해 빨래하고 전달하는 세탁지원, 그리고 말벗 등 정서적 지원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의뢰인이 화원복지관에 직접 신청할 경우 세가지 돌봄서비스를 10회씩 총 30회 받을 수 있고 무료라고 한다. 복지관은 이러한 돌봄서비스가 잘 알려지지 않아서 인지 월 10건 정도 신청을 받아 돌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복지관내에 세탁기와 건조기를 설치해 놓고 있다고. 화원복지관 활동가들은 여기에 밑반찬 만들기는 별도로 무료봉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활동가들은 절반은 조리를 담당하고 나머지는 배달하는 봉사를 하는데 월별로 바꾸어 하고 있다고.
전은수 활동가는 "구로동에는 어렵고 힘들게 생활하는 주민들이 생각보다 많고, 집안을 들여다보면 엉망이고, 딱히 어디에 도움 청하지 못하는 불쌍한 이웃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들어 힘들어도 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원복지관 설립 당시부터 20년 가까이 여러 가지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이순남 활동가(61, 구로2동)는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볼 때마다 안타깝고, 어르신의 경우 돌아가신 부모님생각이 나서 내 부모같이 정성껏 돌보고 있고, 이러한 어르신들을 길가에서 만나면 주머니에 알사탕을 살짝 넣어주기도 한다"며 "오늘 반찬배달을 2곳 들려 전달하게 돼 미리 연락을 했는데 다행히 연락이 닿았다"고 했다. 어르신들의 경우 요즘 날씨가 더워 집안에 있지 않고 밖에 있지만 마땅히 쉴 공간이 적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들 돌봄 활동가들은 오래 전부터 지역봉사를 해온 5,60대 여성들이다. 젊어서부터 봉사를 해오던 주민들이다.
"진짜 어려운 한국인 이웃은 이런저런 이유로 제도적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반면에 일부 다문화 가구는 어렵지 않게 혜택을 받는 현장 실정을 보면 우리나라 복지제도가 무엇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든다"며 "드러나지 않은 진짜 어려운 이웃을 발굴해 도움을 주겠다"며 반찬배달을 위해 서둘러 반찬포장을 마치고 뜨거운 바깥 열기를 헤치고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