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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245] 퍼져라, 나눔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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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245] 퍼져라, 나눔 바이러스
  • 송희정 기자
  • 승인 2011.08.29 17: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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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류고 1학년 2반을 찾아

 오류고등학교(궁동, 교장 조홍식) 1학년 2반은 한 달에 한 번 토실토실 살찐 돼지를 잡는다.


 이 반 39명의 여학생들이 지난 3월부터 애지중지 길러 온 돼지는, 다름 아닌 알록달록 작고 어여쁜 돼지저금통.


 백 원짜리 동전과 천 원짜리 지폐들로 배를 불린 돼지저금통은 매달 마지막주 화요일에 오픈돼 여기서 쏟아져 나온 돈은 나눔 쿠폰을 구입하는 데 쓰인다.  (사)국제아동돕기연합이 발간하는 월간유이(Ue)에서 제공하는 이 쿠폰은 탄자니아 친구들의 장학금이 되기도 하고 국내 복지시설 친구들의 종합영양제가 되기도 한다.


 1학년 2반 교실 게시판에는 기부영수증과 쿠폰기부명단 등 지난 5개월 간 나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우리 반 아이들의 마음이 참 예뻐요. 어른도 하기 힘든 일인데 꾸준하게 호응해주는 것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 싶어요. 나눔을 통해 학급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어요."


 제자들의 나눔을 설명하는 구문영 담임교사의 눈빛에는 애정과 자부심이 가득하다. 그럴만한 것이 처음 나눔을 제안한 이가 바로 그녀이기 때문이다.


 구문영 교사는 지난 2008년부터 제자들의 나눔을 독려해왔다. 4년째 이어져 내려온 나눔의 전통은 돼지저금통 겉면에 '스펀지(2008년 2-4반)', '캥거루(2009년 1-8반)', '양파(2010년 2-4반)', '병아리(2011년 1-2반)' 등의 문구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새로운 학급담임을 맡을 때마다 반 이름을 새롭게 짓는 그녀는 고교 새내기의 설레는 마음을 담아 올해 맡은 1-2반에 '병아리'라는 애칭을 달았다.


 병아리반 39명의 돼지저금통 살찌우기 작전은 매주 화요일 아침에 펼쳐진다. 학생들은 돼지저금통에다 지난 일주일 동안 알뜰살뜰 모아온 동전과 지폐를 아낌없는 털어 넣는다. 적게는 몇 백 원에서 많게는 몇 천 원까지 금액을 정해두지 않고 각자 알아서 형편대로 나눈다.


 엄마아빠로부터 받은 일주일 용돈의 일부를 나누는 터라 금액상으로는 크지 않지만 학교매점에서 판매하는 빵과 과자의 달콤한 유혹을 애써 뿌리치고, 등하굣길 버스비를 아껴서 마련한 것인 만큼 재벌기업이 내놓는 수천, 수억 원 기부금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오수현 양은 "한 푼 두 푼 모은 돈으로 국내외 어려운 친구들을 돕는 나눔 쿠폰을 살 때마다 뜻있는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학급친구들과 함께한 나눔의 습관은 또 다른 나눔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박소은 양은 "엄마아빠께 나눔의 행복에 대해 말씀드렸더니 우리가족도 함께 해보자고 하셔서 얼마 전부터 어려운 어르신들을 돕는 일에 매달 기부를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구문영 교사가 담임을 맡은 학생들은 졸업하거나 반이 바뀐 후에도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다. 나눔의 추억을 공유한 학생들은 졸업 후에도 서로 각별하게 연락하고, 학년이 올라가면 동아리를 만들어 또 다른 나눔을 실천하기도 한다. 나눔의 효과를 목격한 동료 교사들의 동참도 이어진다.


 구문영 교사는 나눔의 효과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지난 4년간 담임을 맡은 학급에서 왕따 문제 등으로 갈등이 불거진 일은 단 한 번도 없어요. 학교 축제나 체육대회가 열리면 얼마나 단합이 잘 되는지 몰라요. 나눔이 습관이 되면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절로 자라납니다. 전염성도 뛰어나 친구와 가족, 학교, 마을까지 나눔의 행복바이러스에 물들어버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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