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문화예술 포럼] "로컬 구로, 공부하라"

# 발제1 라도삼 서울문화재단 선임연구원

2024-09-02     김경숙 기자

 

요즘 지역(Local)이라는 말이  많이 떠오르고 있다. 지역이 중시되는 것이다.  2000년대 신자유시대 이론으로 도시경쟁력을 강조한 '창조예술'지역론이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 지역이 조금 더 살만한 지역, 15분내에 모든 서비스를 받을수 있는 지역, 잘살고 말고가 아닌 균형있게 잘사는 지역을 만들어내자'가 모토라고 보면 된다.

이럴 때 문화재단 역할이 중요한데, 기초문화재단인 구로구문화재단은 지역발전을 위한 문화재단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지역을 창조하고 혁신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로서의 재단역할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구로는 산업단지라 이주노동자들이  많은 지역이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안좋은 이미지를 담은 '범죄도시' '청년경찰' 등 대중문화 콘텐츠가 굉장히 많다.  폭력이 점철되고, 상당히 두려운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래서 특정지역 같은 경우 가면 안된다는 생각까지 갖게하는 오염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구로는 또 대단히 척박한 예술환경을 갖고 있다. 마땅한 예술시설이 없다. 음악애호자등 시장수요를 보고 민간에서 들어와 큰 공연장이 만들어지고, 이 지역에 예술가들이 정착하는 도시가 만들어지는 것인데, 구로는 그 기반 자체가 허약하다.  

결국 구로의 핵심문제는 이렇게 좋지 않은 지역이미지와  예술적 기반을 어떻게 바꿀 것이냐는 것이다. 제일 어려울 것이라 생각할텐데 생각보다 쉽다.

요즘 문화적으로 '힙하다'고 뜨는 곳인 을지로, 문래동, 성수동 등도 원래 제조업단지 준공업지역이다.  필지 큰 공업지역의 버려진 필지들속으로 들어가 예술활동하면서 지역 자체가 큰 예술허브로 등장한 것이다. 영국의 쉐필드 등도 공업도시로 대표적 사례다. 공업도시 이미지를 예술가들과 더불어 바꿔나가자는 것이다.

이주민은 결코 경계대상이 아니다. 문화와 문화가 섞여야만 이태원처럼 새로운 문화가 나타난다. 다만 문화가 섞일 때 갈등 대립 등 산고의 고통이 있다.

이런 것들을 뚫고 나가기 위해, 구로문화재단에 세가지 제안드리고 싶다. 첫째 공부하는 재단이 되라. 구로문화만 한다면 예술지원사업받고 하면 되니 쉬울 수 있다. 하지만 정말로 구로를 발전시키려면 구로의 미래비전을 만들어야 하고, 이를 위해 구로는 어떤 도시이고, 구로는 어떤 문화를 가진 도시인지 열심히 돌아다니고 서치해서 구로에 부족한 것과 구로가 미래에 가져야 할 것 등을 공부하면 좋겠다. 구로문화를 긍정적인 언어로 만들고 현대적 트렌드를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맞춰 만들어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작업이다.

두 번째로는 실험하는 재단이다. 시민들에게 적은 비용으로도 이런저런 것을 지원하며 구로를 바꾸는 실험들을 해보자. 이런 실험은 구로에 재미난게 있네라며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고, 그러면 구로이미지도 바뀌고, 점점 더 많은 인력이 활동하는 곳이 된다.  

마지막으로, 주민이 무엇을 요구하는 것인지 들으면 좋겠다. 보통 예술재단등에서 내가 갖고 있거나 원하는 것을 주려고 노력하는데, 중요한 것은 주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것이다.